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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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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런 요청이 있으셔서... 하도 옛날 일이라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네요.
저는 고향이 제주도입니다. 중1때 명도암 유스호스텔이란 곳으로 갔었습니다. 당연히 처음 가는 수련회여서 기분이 들떴었고 처음 도착해서 짐을 풀 때까지는 우왕 우왕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삐익 들리면서 "야 빨리빨리 안나오나!! 지금 여기 놀러온 줄 알아!!"라고 하면서 해병대 복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딱 유격 조교)을 한 사람들이 화를 냅니다. 저희는 모두 식겁해서 재빨리 운동장에 모입니다. 그리고 거기 대장같은 사람이 "너희 정신상태 이대로는 안되겠어. 내가 너희 정신상태 똑바로 고쳐주겠어 알겠나!!" 이러면서 피티체조를 합니다. 이것저것 한거 많은데 8번 당연히 했습니다. 당시에 8번을 하다가 정말 힘들어서 애들이 한명씩 픽픽 쓰러집니다. 저도 그랬지요. 그러다 조교가 "지금부터 동작 똑바로 하는 사람은 일어납니다" 하니 애들이 조금씩 조금씩 더 힘을 내고 실제로 몇 명은 조교가 일으켜세웁니다. 그러고 하는 말이 "너희는 아까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으켜준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일어나는거지!! 니들 정신상태가 그따구야 알겠어!!"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미친 피티가 끝나고 건물로 들어가는데 건물에 들어가면 정수기가 떡하니 있는데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합니다. 저희는 처음 수련회 온거라서 도시락 과자 물 이런거 안싸왔거든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서 꽤 많은 애들이 어쩔 수 없이 화장실 수돗물을 마셨습니다. 저녁을 먹고 외부 강사가 왔을 때는 분위기가 좀 괜찮았습니다. 여성분이기도 했고 조~금 풀렸었는데 끝나자마자 조교가 들어와서 "너희들 하는거 다 봤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떠들어!!" 이럽니다. 그 다음에 뭐를 들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감동을 유발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병이 있어서 아프신데... 나는 괜찮아... 우리 민지 좋아하는 잡채 많이 했으니까... 엄마는 곧 돌아올게... 이런 이야기, 당시에는 슬펐습니다만 역시 감수성이 강했을까...
그 다음날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일단 이랬습니다... 수련회를 학창시절동안 4번 정도 갔는데 당연히 저게 가장 최악이었습니다. 근데 수련회 중 한 곳은 이시돌의 집인가 해서 성당+목장 이런 곳이었는데 거기도 조~금 약하다 뿐이었지 유격 조교는 그대로 있었어요. 미사... 그런거 없습니다... 4번 다 정말이지 최악. 수련회여서 기분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구요. 요즘은 수련회가 참 알차고 좋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근데 정말 신기한건 저 가장 최악인 수련회가 제 기억에 가장 오래 남습니다. 이래서 행복한 추억은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고 드러운 추억만 남는 거겠지요. 행복한 일 있을 때 재빨리 일기에 적어야겠습니다... 드러운 기억아 이제 사라져라...
이건 고문이네요. 고문이란 말밖엔 안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