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국내산라이츄
- 조회 수 725
퇴사 하고 나니 좀 여유가 생기네요.
1. 화합물의 주민등록번호
똑같은 포켓몬의 경우 버전별 마크나 TID(트레이너의 아이디), 출신 지방 등으로 구별할 수 있고 동명이인의 경우 특징이나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모든 화합물에 중복되지 않게 달리는 게 CAS 번호인데, 일종의 화합물 주민등록번호라고 보면 됩니다.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 등록번호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이미 사망하지 않은 이상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이 날씨 틀릴때마다 언급하는 옆집 김씨할머니, 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말이죠. 그리고 얖자리라면 몰라도 뒷자리까지 완벽하게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CAS번호도 비슷하게 화합물끼리 하나도 겹치지 않게 결정됩니다.
2. 이름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름만 알면 장땡이지 이게 왜 필요한가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일상생활에서는 소금이면 염화나트륨이고 물은 H2O고 에탄올은 C2H5OH고 설탕은 수크로스고 막 그런데, 실험실에서 시약 쓸 때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똑같은 이름에 anhydrate 혹은 dihydrate 붙어있는 거. 보통은 무수물, 이수화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무수물은 물분자가 빠진 거고 이수화물은 물분자가 두 개 있다 뭐 이런 얘기거든요.
일단 실험실 시약은 비싸고, 이수화물 쓸거 무수물 썼다가 실험 조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합니다. 근데 이게 또 바쁘고 그러면 anhydrate 이런것까지 못 보고 지나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실험실 선반에 아세트산 무수물과 그냥 아세트산이 있다고 해 봅시다. 앞에만 보면 똑같은 아세트산이지만 무수물에는 아세트산 무수물이라고 쓰여있겠죠? 심지어 실험실에서 쓰는 아세트산은 우리가 음식에 넣는 식초따위가 아니라 Glacial acetic acid(빙초산)거든요. 그러면 냄새로 구별하기는 힘들 것 아닙니까... 그리고 시약같은 거 냄새 함부로 맡는 거 아닙니다. 실험 할 때도 그렇지만 시약을 주문할때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데, 아세트산을 주문해야 하는데 아세트산 무수물을 주문하거나 반대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걸 방지하기 위해 CAS번호까지 확인하는겁니다.
참고로 일반적인 아세트산(빙초산)은 CAS번호가 64-19-7, 아세트산 무수물은 CAS번호가 108-24-7입니다. 물분자가 있고 없고 차이인데 번호가 다르죠? 이걸 일일이 외울 필요까지는 없지만, 주문하기 전에 CAS번호랑 이름, 카달로그 넘버를 확인하면 화합물을 잘못 시키는 초유의 사태는 막을 수 있습니다.
3. 체크 디지트?
바코드나 주민등록번호의 유효숫자 그런 비슷한 게 있나 봅니다.
번호의 형식이 abcdef-gh-R(체크 디지트)인 경우, R은 8*a+7*b+6*c+5*d+4*e+3*f+2*g+h를 10으로 나눈 나머지가 된다는데...
예시로 많이 나오는 물은 CAS번호가 7732-18-5입니다. 그리고 계산해보면
6*7+5*7+4*3+3*2+2*1+1*8=42+35+12+6+2+8=105이고 이걸 10으로 나눈 나머지는 5가 됩니다.
아세트산 무수물의 경우 CAS번호가 108-24-7인데 5*1+3*8+2*2+1*4=5+24+4+4=37이고 10으로 나누면 나머지가 7이 됩니다.
...근데 일반인이 여기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