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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00200.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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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南 무력협박]
국내외 현안 백악관 회견서 北미사일 관련 언급 40초뿐
"對美 경고 아니다" 3번 반복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6일(현지 시각) 백악관 발언은 동맹은 뒷전인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실체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주고받은 문답은 약 40초간 154단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짧은 문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북한 김정은)는 미국에 경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3번 했다. 그만큼 미국에 위협이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반복 강조했다. 한국이 무력 위협을 받으면 UN 등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개입한다는 한·미 동맹의 원칙을 담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의 취지를 무시한 발언이다.
그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3차례에 걸쳐 "단거리(short range) 미사일"이라고만 표현했고 '탄도미사일'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지난 2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탄도미사일"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탄도미사일은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대북 추가 제재의 근거가 된다.
트럼프는 북한 도발의 원인을 한국으로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 기자가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대한) 경고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단거리이지만 우리 동맹인 한국·일본 입장에선 단거리가 아니다'고 따지듯이 질문을 하자, "그들 양측은 분쟁(dispute)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래 왔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을 남북 사이의 사소한 다툼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직접 밝힌 북한의 도발 이유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과 우리 군이 미국으로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미국이 관련돼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아예 북한 미사일 도발에 '면죄부'를 주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북한은 이제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며 "(최근 북한은) 작은 미사일 실험을 했을 뿐이고, 많은 이가 실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북한 미사일 도발 때도 "모두 다 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며 북한을 감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를 넘어서는 북한 감싸기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북풍(北風)이 재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된 지 약 한 달 만에 판문점 회동의 희열(euphoria)이 희미해졌다"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비핵화의 기초를 닦았다는 트럼프 재선 캠페인 메시지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재선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5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두둔해, 북한은 트럼프를 비난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 동맹을 갈라놓기 위해 한국을 더 쉬운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대해 "남조선에 대한 경고"라고 당당히 발표한 이유는 트럼프가 자신들의 편이란 판단 때문이란 것이다.
이럴 때 한국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나왔다.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RFA에 "(북한의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보다 북한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북한의 선전 책동에 흔들리지 말고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