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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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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tionId=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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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살 형이랑 장난을 치다가 배란다 쪽에서 창문을 깨뜨려 내 팔이 다쳤다. 병원에서 팔을 꿰매서 다행이었다. 팔에는 흉터가 남아 있지만 뭘 안 주기 때문에 다행이다. 나에게는 팔이 다친 게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쓴 서사글이다. 김주환 안동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이 글을 “중학교 2학년에 요구되는 작문의 지식과 기능, 내용, 분량, 표기방식 등을 고려할 때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비단 이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중학생의 작문 능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학생의 작문 능력은 지역별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차원의 작문 교육·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육과정 평가 연구’ 2017년 2월호에 실린 김 교수의 ‘중학생들의 작문 능력 실태 조사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생의 작문 점수는 평균 49.53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작문 능력을 조사해 분석하고, 이를 수치화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2015년 9∼12월 한 학기 동안 전국 대도시 3곳, 중소도시 3곳, 읍·면지역 1곳 등 7개 지역의 7개 중학교 2학년 학생 189명의 글을 수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미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NAEP) 쓰기 영역에 따라 설명글, 설득글, 서사글 등 3종류의 글을 제출했다. 평가 역시 NAEP와 같이 독자 고려, 내용 선정, 내용 조직, 표현, 표기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각각 6점을 척도로 했다.
분석 결과 학생들의 설명글은 30점 만점에 평균 17.70점, 설득글은 16.99점, 서사글은 17.46점이었다. 이를 합산한 전체 평균은 15∼90점 구간 기준 52.15점으로, 0∼100점으로 환산 시 49.53점이 된다. 이는 2014년도 중학생 국어과 성취도 평가의 평균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53.27점보다 3.74점 낮은 점수다. 중학생들이 언어능력 중 글쓰기능력이 특히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작문 점수 분포를 최하에서 최상까지 6개 수준으로 나눠 살폈을 때, 하 수준과 최하 수준의 비중은 정규 분포보다 컸지만 상 수준과 최상 수준의 비중은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작문 능력이 평균보다 떨어지는 학생이 평균 이상인 학생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읍·면지역 등 지역별 개별 학교를 비교해 보면 작문 평균 점수는 최대 13.92점까지 차이가 났다. 논문은 학부모의 경제적 수준이나 교육열 등에 따라 지역별로 작문 능력이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학생들은 설득하는 글쓰기 능력이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일선 학교에서의 작문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작문은 지식의 습득과 재구성, 창의적 사고력 등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라며 “우리나라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선다형과 단답형 문항으로만 구성돼 학생들의 작문 능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작문 평가를 해 작문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