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국내산라이츄
- 조회 수 530
오랜만에 연재군요. 홀홀
1. 탈리도마이드?
탈리도마이드... 아마 처음 듣는 분도 계실거고 어디선가 들어봤다 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이렇게 생긴 분자입니다.
아마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입덧'에 대해서요... 아직 미혼이신 분들은 어머님께 한번 물어보세요.
이 입덧이라는게 생각보다 (삐-)같은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임신 초기에 발생하는데, 구역질이 나고 뭘 먹을 수가 없어요. 평범하게 밥하다가 밥 냄새떄문에 죽을 것 같은거예요. 왜 드라마 보면 밥 먹다가 웁, 우웁 하면서 화장실로 달려가면 나머지 식구들이 혹시? 하는 그게 입덧입니다.
참고로 울 엄마는 치킨과 귤이 그렇게 땡겼다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깔라만시 원액을 쳐마시고도 멀쩡했구나...... 귤로 내성작하셨어요? 라마르크씨 보고계십니까
여튼 이 입덧이라는 게 썩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뱃속 아기는 잘 자라고 있는데 산모는 아무것도 못 먹으니...
그래서 탈리도마이드가 약으로 나왔을 떄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었습니다. 아니, 파는 놈이 무독성이라고 하고, 이 약을 먹었더니 입덧이 완화됐으니까요. 그런데 이 탈리도마이드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입덧을 완화시키려고 먹었던 약때문에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라 불리는, 사지가 짧거나 없는 신생아들이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2. 탈리도마이드 베이비가 생긴 이유
위에 그림을 보시면 가운데가 물결인데, 이는 탈리도마이드가 이성질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쐐기선이 위로 올라오는거, 쐐기 점선이 아래로 내려가는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성질체? 아 그건 다음 단락에서 뵙도록 하죠...
탈리도마이드는 오른손, 왼손(실제로도 R,S라고 해서 이성질체 나누는거 왼쪽 오른쪽으로 나눕니다) 분자가 있는데 한쪽은 입덧 진정 작용을, 다른 한쪽은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어, 그럼 한쪽만 정제해서 먹으면 되지 않아요? 아, 그게 안됩니다. 한쪽만 먹어도 체내에서 다른걸로 바껴요. 아주 골치아픈 녀석입니다.
어, 그런데 임신 초기에 약을 그렇게 먹어도 되나요? 물론 지금이야 임신 초기면 감기약도 조심해서 먹지만, 그건 이러한 원인들때문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임신 초기에는 태아에 무슨 영향을 미칠 지 모르니 약을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술담배커피 포함). 탈리도마이드 베이비가 나왔던 시기는 1961년이예요. 그때랑 지금이랑은 다르죠...
생각해보세요... 인간 유전체 지도를 언제 그렸는지... 기껏 지도 다 그렸더니 에피게놈이 법규와 함께 등장한것도 비슷한건가
아, 여담이지만 임신 초기에는 비타민 A도 조심해야 합니다. 과다 섭취하면 신경계 발달에 이상 생겨요.
아, 여기서 말하는 조심하라는 건 레티놀이 든 화장품이나 제재를 말하는겁니다. 채소의 베타카로틴을 통해 섭취하는 건 체내로 들어가는 베타카로틴을 뚝 자르는 작용이 필요한데, 비타민 A가 많다 싶으면 베타카로틴을 안 째거든요.
3. 이성질체란 무엇인가?
이성질체는 일단 분자식 자체는 똑같습니다. 그런데 분자 배치가 달라져요. 예를 들자면 이게 가운데로 가고 위로 가고 아래로 가고... 이런 배치때문에 성질이 달라지는겁니다. 탈리도마이드도 위로 꺾느냐 아래로 꺾느냐에 따라 달라졌죠?
이성질체는 크게 구조 이성질체와 입체 이성질체로 나뉘는데, 구조 이성질체는 말 그대로 분자식은 같은데 구조가 다른 겁니다. 위의 예제를 보시면 OH기가 다 다른데 붙어있죠? 그런겁니다. 저거 1번은 프로판올이고 2번이 이소프로판올입니다. (2번 생물학하면서 많이 써요 페이지 걸 때) 3번은...... 저거 뭐여...
입체 이성질체는 2D를 떠나 3D로 가는 겁니다. 음... 사실 부분입체는 저도 잘 모르겠고... 광학이성질체가 탈리도마이드의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탄소는 네 개의 원소와 결합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네 개의 작용기나 원소가 붙으면 조건이 성립합니다. (예: 아미노기 메탄 카복실 수소) 예시에 있는 알라닌도 광학 이성질체가 존재하는 분자예요.
광학 이성질체끼리는 서로 포갤 수가 없습니다.
읭? 아니 무슨 소리죠? 자, 손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한쪽 손을 손등이 보이게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반대쪽 손을 내려놓으시면... 안 겹쳐지죠?
손바닥으로 박수치면 겹쳐지는데요? 예, 광학 이성질체를 그렇게 겹치려면 4차원으로 가야 합니다.
4. 이렇게 위험한 탈리도마이드를 약용으로 쓴다고요?
이스라엘의 어떤 의사양반이 한센병 환자에게 탈리도마이드를 처방했다가, 나성결절이 나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어, 그렇대!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하버드대의 어느 과학자들이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에 주목했습니다. 태아가 발생중일 때 혈관의 생성을 억제해서 사지 기형인 아이가 나왔다면, 이걸 암세포에 쓰면 암덩어리가 혈관을 만들어서 영양을 끌어오는 짓을 못 하겠지?
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로입니다. 아직 뭐 널리 쓰이는 건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항암제로 쓰이고는 있다네요. 물론 위에 적힌 부작용때문에 임산부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거나 임산부가 있는 경우 처방할 수 없습니다.
5. 여담: 이성질체의 R, S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저거 IUPAC에 따지셔도 걔네도 모릅니다... 그냥 이렇게 매기는구나... 하고 보시면 돼요.
참고로 우리 신체에서 사용하는 모든 당류는 D(오른손)당이고, 아미노산은 L(왼손)입니다. 어? 그럼 왼손 당 오른손 아미노산은요? 그건 먹어도 체내에 있는 효소가 대사를 못해요. 우리 몸에 있는 효소는 기질에 맞게끔 설계된 나노머신이라서 다른 놈은 못 잡습니다. 예? 나노머신이라고요? 에이 SF소설에나 나오는게 설마 있겠어요? 있어요. 효소.
그리고 한가지 더! 약장수가 나와서 막 전문가 포스를 뿜뿜하면서 이건 L-글라이신이 들어갔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뺴박 사기입니다. 글라이신은 아미노산의 사이드 체인이 수소라 광학 이성질체가 생성되는 조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WXYZ로 다 달라야 하는데 수소 두개가 같아서 성립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