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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산라이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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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그리고 일반적으로 기업체에서 연구원이 하는 직무와 지금 제가 하는 일간의 괴리가 너무 큽니다.
제 본업은 연구원입니다. 전 회사나 전전 회사에서도 연구와 관련된 일을 주로 했죠. 그러니까 실험이요. 그런데 지금은 실험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것도 행정 처리 관련된 것 때문에요. 심지어 저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전화까지 해야 합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를 뽑기 전에 그 전철을 밟아둔 게 아니라 저를 뽑아놓고 시작하는거죠.
덕분에 저는 제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은 아예 하지도 못 했고, 사무실에서 낯선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한 주를 보냈습니다. 행정 처리는 5월까지 완료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왜 5월까지인지 처음에 언급조차 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가 제가 해야 하는 일이고 어디까지가 제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지, 그 경계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어서 그런지 제가 모든 걸 떠맡다시피 했습니다. 행정처리 관련된 것을 원래 신입사원이 떠맡는건가요?
이번주에는 거의 울 번 했습니다. 사표 쓸까, 그것까지 생각했었어요.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너무 지쳤습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건망증이 심해지는데, 지금 메모지가 없으면 업무를 진행 못 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각해요. 헌데 사표를 쓰기엔 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여기를 관둔다고 해서 다음 직장을 금방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요. 전에도 거진 1년정도를 이력서 날리면서 놀았으니까요. 그 분...도 계시긴 한데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다른 부서, 다른 층인데다가 만나기가 너무 힘들고, 볼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도망쳤으니... 아마 싫어한다고 오해하지 않을까요.
작성자
댓글 5
아무튼 뭐 네
부디 현명하게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하세요.
나이들수록 눈치를 많이보게 된다는데 저는 오히려 안보게 되서, 부모님 입장이나 남들이 보는 제 이미지를 뒤로 밀쳐내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구요.
좀 불효자 같지만, 부모님 걱정하시는거 알지만 결국 제가 행복하길 원하시는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왜 이렇게 사는지 의문을 가지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사람들은 나중에 어떻게는 사라지고 없어요. 인간 대 인간으로 남을 사람은 남으니까. 모두에게 어떻게 보이는 것 보다 옆에 몇몇 사람에게 특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뭔가 적다보니 제가 힐링이 됐네요 감사합니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본인을 너무 힘들게하지 마세료
저도 요즘 회사와 나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깊네요ㅡㅠ 연구원이시라니 고급인력이신데 그따위로 일을 시키다니! 그 회사 나쁘네요!!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들이 그러지 않을까합니다.
다들 행정은 업무의 부가요소로 보고 사무업무만 줄창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안타깝지만 다들...ㅠ
근데 이것도 정도가 있죠.. 사업을 하기 전에 미리 전철을 밟아뒀어야 하는 건데, 이제사 진행하면서 5월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 전 실험하지 말란 얘기인가요? (참고로 서류 하나 검토하는데 두 달 듭니다) 전 회사에서도 실험하면서 행정 하는 친구가 있었지만, 그 친구도 실험이 주고 행정이 부였어요.
아이러니하죠.
가끔 이럴거면 왜 굳이 전공자를 뽑나 싶기도 하고,
저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공대를 나왔는데 분명 예전에는 high tech나 new tech같은 것들에 가슴이 뛰었는데, 요즘엔 와닿지가 않아요. 이 기술에 대한 공부가, 이 연구에 대한 성과가 제 삶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든요. 삶의 질은 그대로란말이죠.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동경한 것 같은데, 지금은 그딴 초고급기술, 최첨단기계 그런 것들이 제 삶의 만족도에 전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라 그냥 남들보다 이 분야에 좀 더 아는 정도이지 전문가라고 하기도 부끄럽고...
요즘은 그냥 직업은 돈 버는 수단이라 생각하고, 다른 이것 저것을 준비해보고 있어요. 그냥 돈 버는 수단.
어쩌면 제 인성 문제일지도 몰라요. 제가 이걸 하면 누군가나 혹은 미래에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근데 그건 제가 아닌걸요. 페이가 오르면 뭐합니까. 결국 월급쟁이가 거기서 거기죠.
그냥 일 갈때는 제가 아닌 다른사람으로 살고있어요. 컨셉같은걸 잡고 말이죠. 저도 사람대하는거, 심지어 어린아이들 대하는거 힘들어 하는데 철판깔고 하고있습니다. 약간 이중생활하는 것 같아서 가끔 마음이 이상하지만 그냥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 생각하고 버팁니다. 이미 평생직장같은건 없는 세상이고, 솔직히 책임질 사람만 더 안생기면 어딜가도 밥은 빌어먹고 살겠죠.
결국 와닿는건 공부나 연구보다, 누가 만들어 놓은 전기면도기나 전기장판이나 핸드폰 거치대나 그냥 어떻게 보면 소소한 것들 뿐...
적고나니 제가 뭔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네요.